우여곡절 끝에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보낸 2주간의 자가격리는 나에게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엄마랑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내가 너무나 보고 싶어했던 초롱이와 소소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나는 코로나 음성인 것을 4번이나 확인했다.
나는 12월 크게 아픈 뒤로 한 번도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고, 나와 식사를 함께하고 화장실을 공유하는 친구 또한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다 나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다 나은 것 같다.
하.지.만
난 지금 어디? ㅠㅠ

양성 판정을 받고 지금 치료소에서 10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내가 양성판정을 다시 받은 이유는 PCR 검사의 한계 때문인 듯하다.
뉴스에 따르면 “검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검출됐다면 재활성화나 재감염보다는 이미 불활성화된 바이러스의 RNA 검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코로나19의 감염·증식은 호흡기 상피세포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불활성화된 후에도 바이러스 RNA 조각은 상피세포 내 존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완치 후에도 호흡기 상피세포가 자연 탈락함에 따라 PCR 검사상 바이러스 RNA는 검출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3 개월이 지나면, 불활성화된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방출되는데, 나의 경우에는 아직인 것 같다.
결국, 60일의 자가격리 (런던)을 끝내 겨우 한국에 들어와 꿀 같은 자가격리 14일을 보내고
외롭고 힘든 생활치료소 생활을 10일나 더하게 되었다.
현재, 생치 4일차.
구급차로 이송되었고,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생활치료소!

도착하자마자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간호사님과 의사님께 감동ㅠㅠㅠ
속옷을 착용하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x-ray 촬영을 끝내고 숙소로 올라갔다.
(어떤 블로거의 글을 읽고 브레이지어 착용 안 하고 갔는데, 꿀팁!!!)
방은 생각보다 넓었고, 배란다가 있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ㅠㅠ
근데 짐을 두고 둘러보니, 가장 나를 신경쓰게하는 게 있었는데... 이는 바로
--> 방역이 되었는지 의심스러운 위생상태

문을 열고 짐을 내려놓자마자 누군가의 머리카락과 음모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여기서 병을 걸려서 나가라는 건지.. 나으라는 건지 모를 정도ㅠㅠ
화장실도 물론 더러웠다.
바로 상황실에 전화를 해서 문의드렸더니, "방역은 철저히 되어있으니 걱정마시라"라는 답변을 받았다.
생활치료소 룰 상, 이전 퇴소자가 청소하는 것이 의무인데 아무래도 청소를 안 한 것 같고,
구비된 물티슈로 청소하면서 지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 방역만 되어있다면 청소, 그까짓거 내가 하지 뭐!
청소만 3시간:)
남의 손톱, 머리카락, 음모, 쓰레기, 쓰다만 화장품, 종이, 라이터.. 모조리 싹 긁어서 버렸다.
집에서 하는 자가격리가 더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내 방은 부모님 생활공간과 철저히 구분되는 구조라서 문제가 없을 정도인데.. 흠 여기가 정말 최선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여기서 제공한다.
샴푸, 린스, 비누, 빨래비누, 치약, 칫솔, 수건, 휴지, 물티슈, 고무장갑, 생수, 비닐장갑, 면도기, 생리대.
내가 본 다른 블로그에서는 티백이나 간식거리?도 제공한다던데
여기는 생치마다 다른가 보다.
삼 일이 지나면서 느끼는 점은 아래와 같은데,
1) 간식이 없다.
내가 지내는 곳은 이천 국방어학원, 생활치료센터인데.
다른 센터보다 과일, 간식류가 없다. 우유도 2일째 되는 아침에 한 팩 주셨고.
어제 딱 한 번, 초코파이 받은 것이 다다ㅠㅠㅠ ---> + 오늘 아침에 에이스랑 요거트 받았다.
난생 처음 둥글레차 티백이라도 우려서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다른 생치는 간식도 매 번 나온다던데.. 흠.. 크리스피 도넛도 준다던데..
단식원에 온 기분이다 ㅠㅠ


2) 3일 째 점심은 똑같은 제육볶음이 나온다.
.... 1일 점심 : 김치 제육볶음 (오, 괜찮네)
.... 2일 점심 : 오징어 제육볶음 (어제 만든 음식이 남았나)
.... 3일 점심 : 제육볶음 (xx)
진심 내일도 제육볶음 나오면 베란다에 매달려서 욕할 것 같은 느낌 ㅠㅠㅠ
나는 짠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데, 이 곳의 음식은 유독 나한테 더 짜게 느껴져서 식사를 많이 못 했다.
어제는 점심과 저녁을 거의 반도 못 먹고 버렸다ㅠㅠ
오늘 점심도 역시나...
여기서 근무하시는 분들도 컴플레인 때문에 힘드실 것 같은데ㅠㅠㅠ
그래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3) 다음 식사 메뉴에 어떤 재료가 들어갈 지 대충 예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2일 차 저녁에 비빔밥이 나왔다. 3일 차 저녁에 고사리가 들어간 찌개
그리고 4일 차 점심에는 불고기가 나왔다.
어제 밤에 엄마한테 "내일 제육볶음 나오면 진짜 가만 안 둘 거다!!"라고 하면서 내가 "불고기 나올 것 같은데 느낌상" 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점심에 불고기 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내일 점심은 다시 제육볶음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
음식이 좀 짜기 때문에 정말 생야채가 나한테 절실한데... ㅠㅠㅠㅠㅠㅠ택배가 안되고 추가로 부탁도 당연히 불가능하니까
물만 하루에 2리터씩 마시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점은?
다행인 점은 부모님의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격리생활을 보낼 수 있다.
혼자 격리가 가능하다는 점!
아직 런던-서울에서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전화를 새벽까지 받아야하는 경우가 있고,
그로 인해 생활 패턴이 늦은 오후부터 새벽까지이기 때문에 2인 1실을 쓰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죄악일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런던 거주 - 카타르 경유라서 같이 방을 쓰는 격리자 분이 아시면 불안해하셨을 수도..
그리고 나는 이미 확진 3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격리하므로 최근에 걸린 분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사실 1인실에 대한 부분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듯하다.
담당자님께서 어디에 배치되는지는 랜덤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하나 겨우 찾아보자면...
밖에 벚꽃 나무가 있..ㅎ...다... ㅎ
나름 힐링...

그리고 진짜 나머지 하나는!
내 삶에 감사하게 되었다....
한 잔의 아이스 라떼의 소듕함..

아프지 말고 행복한 나머지 한 해를 보냈으면
그리웠던 사람들 마음껏 만나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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